- 숲으로의 초대
나무들의 광합성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봄 숲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교향곡을 듣는 다거나 영화로부터 받은 감동의 느낌보다 더 생생한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는 놀라운 실제 체험여행이다. 특히 5월의 숲은 감동적인 교향곡과 명작들이 흘러나오는 가장 박진감 넘치고 생동감 있는 작품이 연출되는 예술의 전당이다. 숲으로 간다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귀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넘어 코와 피부까지 온 몸과 마음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입체체험을 넘어서는 다차원 세계로의 이동이다.
만개한 꽃들 주변으로 온갖 색깔과 모양을 한 곤충들이 삶을 흡족히 받아들이고 그들 주변으로 새들의 둥지가 만들어지고, 바삐 혼인집을 짓고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정말 감동적인 영화가 상영되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다.
녹색의 잎은 무엇보다도 곤충으로 날아 숲을 화려하게 만들 애벌레에게 매우 귀중한 먹거리가 되고 보금자리가 되고 은닉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는 기꺼이 그들에게 배려하고 애벌레들은 탐닉스런 먹거리인 나뭇잎을 송두리째 먹어치우지 않는 미덕을 보인다. 애벌레가 나무를 배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를 먹어치우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지, 아니면 무엇인가가 이로운 것이 있으면 한 톨의 씨앗도 남기려하지 않는 우리 인간의 무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인지. 아무튼 그들의 관계는 신비롭다. 그렇게 나뭇잎을 먹고사는 애벌레가 새들에게는 단백질 식품으로 보여 진다. 5월은 모두에게 분주한 계절이지만 특히 둥지를 만들고 아기를 키워야 하는 어미 새들에게는 절박하게 애벌레를 찾아야하는 시기다. 날카로운 눈으로 나뭇잎과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거나 마치 먹으면 구토를 하게끔 보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 애벌레를 검색하고 삭제하고 장바구니에 담아야하는 것이 어미 새로써의 역할 수행이다. 반면 애벌레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서 황홀한 숲을 날아 보는 것이 지상 최대의 희망인 것이다. 새들이 애벌레를 체포하기 위해 나뭇가지에 앉으면 나뭇가지의 흔들림으로 애벌레에게 진동으로 전달되고 잽싸게 입에서 흰 줄을 내어 허공으로 탈출을 한다. 마침내 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또 다른 사냥터를 찾아 날아간다. 진동은 멈추고 애벌레는 다시 흰줄을 타고 나무위로 올라온다. 숲이 상영하는 하나하나의 생동적인 장면은 우리를 감동 속으로 밀어 넣는다. 우리가 미물이라 생각하는 애벌레가 3차원의 공간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생물중의 하나인 애벌레가 수억 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략은 생존의 본능을 넘어 우리에게 지혜로운 삶을 가르친다.(사진1)
곤충이지만 날지도 못하고,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지도 못할 만큼 연약한 진딧물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냥꾼들이 많다. 그들에겐 진딧물이 고단백질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딧물은 생존을 위해 개미와 협상테이블에 앉아 정상회담을 했다. 진딧물은 나뭇잎을 먹고 당분을 만들어 개미에게 매일 상납을 하고, 개미는 역시 다른 사냥꾼들처럼 진딧물을 통째로 먹어버리지 않는 다는 약속과 다른 공격자로부터 보호한다는 협약을 맺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개미는 숲속의 가장 노련한 사육사로 이름을 날린다. 그래서 개미와 진딧물은 아름다움 삶의 동반자로 상생의 관계를 우리처럼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을 하고 있는 위대한 작은 거인들이다. (사진2) 고로쇠수액을 마시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는 인간과 고로쇠나무와의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숲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중금속으로 가득한 대도시를 산책하는 것보다 맑은 공기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숲이 만들어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과 같은 물질들의 이로운 점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태어남과 사멸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365일 동안 숲이란 자연을 과연 우리가 몇 번이나 찾고 있으며, 또 숲을 찾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한번쯤 묻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