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머슴들이 빈둥거리는 것을 보고 상머슴이 하는 말이 있다.
"할일 없으면 마당이나 쓸어 이눔아!"
티끌 하나없이 깨끗한 대감집의 큰 마당 봉당 모두 아침에 치웠건만
오후되어 쉴틈도 주지 않고 빈둥거린다고 마당이나 쓸라고 한다.
햇살좋은 봄날 오후..어느 양반댁이건 이런 작은 실갱이가 오간다.
상머슴은 왜 마당을 쓸라고 했을까? 아침에 쓸은 마당을 왜?
가장 큰 이유는 빈둥거리는 머슴의 잡념을 없애려 하는 것이고...
또하나의 이유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 젊은
큰머슴은 모른다.
작년에 바람에 날려온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풀씨들이 겨우내내
앞마당 뒷마당 봉당 툇마루 대문턱 담구석 등등에 소리없이 쌓인다.
봄이 찾아와 은근한 비라도 내려주면 여지없이 씨앗은 물을 머금고
머슴 몰래 뿌리를 내민다. 살짝 내린 뿌리를 땅에 짚어보고 여차
싶으면 머슴의 허락도 없이 뿌리를 박아버리는 것이다.
큰머슴이 보지 못하는 사이를 틈타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튼날 아침...
큰머슴이 싸리빗자루를 드는 순간 뿌리내린 씨앗은 바짝 긴장을 한다.
빗자루가 한번만 스쳐지나가도 뒤집어 지는 것이다. 힘겹게 내린 뿌리가
하늘로 벌러덩 눕게되는 것이다. 왼만한 자갈도 싸리빗자루 질을 당해
낼수 없다는 것은 마당 친구들은 다 안다. 해서..씨앗의 생은 거기까지다.
머슴의 빗자루 짓은 다름 아닌 잡초 제거를 위한 원천행태인 것이다.
머슴이 부지런하여 아침엔 몸도 풀 겸하여 비질을 하고 저녁에는
낮에 받은 스트레스와 격한 노동의 근육을 갈무리하고자 비질을 하는 것이라!
그러면 마당안에 있는 씨앗들은 덩덜아 죽을 맛이려니!!!
그래서 내말이..."잡초를 없애려면 비질을 해라!"
- 날씨맑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