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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단상

2008. 9. 25. 09:39 | Posted by 날씨맑음

비도 색이 있고 맛도 있고 느낌이 있고 멋도 있다

어렸을적 여름에 비가오면 털모자를 쓰고 빗속을 뛰어다니다가 엄마한테 뒤지게 혼난적이 있다. 우리 엄니는 지금도 그얘길 한다. 아마 온몸으로 비를 맞아보는 비의 느낌과 맛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비가오면 우산을 받쳐들고 산길과 들길을 따라 가보면 그곳엔 비의 색이 있고 멋이 있다. 그리움과 향수는 비의 색과 멋을 느낄때 같이 따라온다.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봉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비친 원경을 바라보는 느낌은 너무 풍족하고 행복하여 저절로 큰 미소를 입에 달게 한다

이런 느낌과 맛과 멋을 기록하고 싶어 남에게 보여 주고 싶어 사진에 담아 보면 십분에 일도 들어있질 않다. 그래서 눈에 가슴에 담아 오고 글로 남기도 것일게다.

비가오면 빗물 속에 있던 음이온이 땅에 떨어져 공기중에 퍼지고 한여름 양이온으로 한껏 고조된 사람의 기운을 중화시켜 준다. 그래서 체질적으로 양이온이 넘치는 사람은 비가오면 차분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는 더운날 숲속 계곡을 찾은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이런 현상은 활동성이 많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할수 있다.
또한 음이온을 잘 흡수하는 사람은 지나친 음이온 흡수로 자칫 우울증세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비가 오는 오늘...털보자를 쓰고 밖에 나가고 싶지만 말려줄 우리 엄니가 멀리 계신다  

- 20080925 날씨맑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