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가을은 일찍 찾아온다. 여름의 향연으로 물들었던 꽃들의 축제는 가을의 찬서리에 사그러지고 남아 있는 들풀은 숨가쁘게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식물의 열매에는 우주가 담겨져 있다. 딱딱하고 죽은 것 같지만 작은 씨앗에서 아름드리 나무도 자라고 어여쁜 애기똥플도 자란다. 작은 하나의 씨앗은 생명을 담고 있고 또다시 자라 자신과 똑같은 수백 수천의 생명을 만든다.
식물은 이렇게 자신의 분신을 열배 백배로 퍼뜨리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사람이 먹지도 못하는 흙에서 말이다.
식물은 자신의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우선 맛있는 열매를 만든다. 사과의 과육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고라니가 좋아하고, 마가목의 빨간 열매는 달콤하여 새들의 먹이가 된다. 열매를 먹은 고라니와 새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미처 배안에서 소화되지 않는 씨앗을 배설한다. 이런 방법으로 씨앗이 퍼지는 것이다.
식물은 열매를 통해 동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동물은 배부르게 먹은 댓가로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함으로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것이다. 숲에 동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사람은 식물의 과육만 홀랑 빼먹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얄미운 존재다
식물의 씨앗 그 자체는 또한 고단백질이 영양소로 동물의 먹이감이 된다. 먹이감이 없는 한겨울에 동물의 먹잇감은 당연 씨앗인 것이다. 지구의 숲이 유지되는 최소 요건은 식물 자신이 잉태시킨 씨앗의 1%만 생존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숲은 불과 1%의 가능성 만으로도 존속해 가는 위대한 생명체이다
[마가목]
[투구꽃]
[나비나물]
[송이풀]
[귀룽나무]
[진범]
[여로]
[백당나무]
[나리회나무]
[사스래나무]
[고려엉겅퀴]
[궁궁이]
[수리취]
[매발톱나무]